▲ 사진제공│허동   ⓒ월간 평택문화

‘다리’(橋)는 ‘길’이다. 더 이상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단순 명료한 문장이다. 그러나 이 짧은 글에는 많은 뜻과 이야기를 품고 있다. 다리, 하천·계곡·호수 및 도로 등을 건널 수 있도록 가로질러 걸쳐놓은 고가구조물. 팩트다. 그러나 여기서는 건조하기 짝이 없는 사전적 의미와 공학적 수식은 잠시 뒤로 밀쳐두자. 
누가 뭐래도 다리의 본질은 이질적인, 혹은 끊어진(단절된) 두 세계를 이어주는 ‘길’의 역할이다. 고립된 ‘나와 너’, 좁힐 수 없는 ‘이상과 현실’, 다가설 수 없는 ‘삶과 죽음’….

▲사진제공│허동    ⓒ월간 평택문화

다리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의미와 풍부한 상징. 그래서 다리는 줄곧 시와 영화, 소설 등 다양한 장르의 문화·예술에서 중심 소재로 쓰여 왔다.  
현실을 훌쩍 뛰어넘는 오작교(烏鵲橋)는 어떤가. 칠월 칠석에 견우와 직녀를 만나게 하기 위해 까마귀와 까치가 은하수에 모여서 자기들의 몸을 잇대어 만든 다리. 그럼 개성에 있는 선죽교(善竹橋)는? 고려 말 때 충신 정몽주가 살해된 역사의 현장.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누구든 다른 어떤 곳이 아닌, 다리 위에서의 죽음은 비극성을 극대화시킨다. 
서로 떨어져 있는 것을 이어주는 사물이나 사실을 일컬어 우리는 가교(架橋)라고 한다. 말이 쉬워 가교지, 이것을 위해서는 경우에 따라서 목숨을 내놓아야 할 만큼 많은 위험과 노력이 따른다.  
물의 도시 평택. 그만큼 하천이 많고 거기에 따라 다리도 많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평택에는 크고 작은 다리가 160여개에 이른다고 한다.
너무 멀리 돌아서 왔다.
2015년 을미년 새해가 밝았다. 올 해는 평택군·송탄시·평택시 3개 시·군이 통합돼 ‘평택시’로 된 지 20년이 되는 뜻 깊은 해이기도 하다. 행정구역 통합은 이뤘으나 아직 정서적 화합은 요원하다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다. 그래서 다리가 필요하다. 도저히 건널 수 없을 것 같이 깊어 보이는 권역별, 지역적 심해(深海)를 가로지르는 마음의 다리를 놓는 것. 
월간 『평택문화』는 평택시민과 함께 2015년 올 한 해 크고 작은 문화의 다리를 놓는 심리적 토목공사에 부지런을 떨 것이다. 架橋가 嘉橋인 이유처럼.

▲  사진제공│허동  ⓒ월간 평택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