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장오산’에서 진행 중인 ‘5山 사람들’ 사진전

지역문화재단은 공익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며 정부나 지방 정부가 유연하게 대처할 수 없는 문화 예술 산업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또한 시민의 문화 향수권, 삶의 질적 향상을 위해 다양한 교육 사업을 추진하며 시민과 문화의 간극을 좁혀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지방자치단체 마다 앞 다퉈 문화재단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현재 국내에는 광역권 12개, 기초권 46개 등 총 58개 문화재단이 설립돼 운영 중이다. 이중 문화재단을 설립해 운영 중인 오산시, 익산시, 김해시의 문화재단 사례를 살펴보자.

설립 3년차, 시민과의 거리 좁힌 오산문화재단

지난 1월 14일 오산시립미술관‘ 문화공장오산’에서‘ 5山 사람들’의 전시회가 열렸다. 오산을 비롯해 부산, 아산, 울산, 익산 시민이 함께하는 이번 사진전은‘ KBS전국노래자랑’참가자들을 사진으로 기록한 변순철 작가의 작업을 모티브로 했다. 다섯 개 도시의 시민들이 직접 찍은 자신의 가족과 이웃들의 모습을‘ 대한민국의 민낯’이란 이름으로 전시했다.

오산시립미술관‘ 문화공장오산’은 지난 2012년 9월 13일 오산문화재단이 출범하면서 함께 설립됐다. 당시 인구 20만 명이 채 되지 않던 오산은 소도시에 무리한 투자라는 반대에도 불구하고 재단과 미술관 설립을 강력히 추진했다. 오산문화재단 출범과‘ 문화공장오산’의 설립이 도시에 가져다준 변화는 컸다.

‘문화공장오산’은 2013년 체험장과 전시관에서 10여건의 기획전과 체험전을 진행하며 6만여 명의 관람객 유치에 성공했다. 또한 단순히 보고 느끼는 관람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특화된 어린이 체험교실을 기획해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만‘ 못말리는 놀이터 시리즈’ 8번째 순서로,‘ new 뛰뛰빵빵’과,‘ 아삭아삭’을 열었고, 2013년에 이어‘위아영큐’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위아영큐’는 한국문화예술연합회의 지원을 받아 학생들을 대상으로 큐레이터라는 직업을 이해하고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을 도모하고자 기획된‘문화공장오산’만의 교육 사업이다.

이처럼‘ 문화공장오산’은 오산 내 초등학생의 현장수업인 탐방학교와 주말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무료 미술프로그램, 지적장애아 대상 프로그램 운영 등 지역 내 아이들이 문화예술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창의력과 감수성을 키우는 복합문화 공간이 됐다. 전문작가를 상주시키는‘ 레지던시 사업’도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지역작가에게는 작품 활동 기회와 전시공간을 제공하면서 시민들이 수준 높은 전시회를 관람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전에 시청 등 공공기관에서 작품을 전시했던 지역작가들은 미술관을 통해 좀 더 많은 시민들과 만나고 있다.

▲  2004년에 설립된 오산문화예술회관. 재단이 출범하면서 더욱 다채로운 공연들이 열리고 있다

공연사업분야 역시 큰 변화를 가져왔다. 재단설립 이전에는 오산문예회관을 시설관리공단에서 관리했으나 재단이 설립돼 전문 인력이 문예회관을 직접 운영하면서 다양한 공연과 프로그램 기획이 가능해졌다. 수준 높은 공연 개최가 이어지면서, 오산뿐만 아니라 인근 도시에서도 문예회관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2013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KBS 교향악단’ 공연을 유치해 전 좌석이 매진되는 사례를 빚기도 했다.

현재 오산문화재단은 경영지원팀, 공연사업팀, 전시사업팀, 예술사업팀, 축제추진TF팀으로 구성돼 있고, 이사장, 상임이사, 본부장 각 1명과 32명의 직원이 있다.

무엇보다도 전문화된 인력이 지속적으로 재단을 운영할 수 있어, 정부의 기금유치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오산문화재단은 부서 안에 기금사업 담당자를 마련해두고 매년 정부에서 유치하는 다

양한 기금유치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꿈의 오케스트라’,‘ 무지개다리 사업’ 등 16개 지원 사업에 참여해 5억 원 이상 유치했다. 재단 설립 이전에 직접 지역문화예술인들이 경기도문화재단에 사업신청을 요청해야 했지만 이같은 번거로움이 없어지면서 시민들 역시 질 높은 문화생활을 향유할 수 있게 됐다.

정책개발을 통한 재단 설립, 익산문화재단
30여만 명의 인구가 살고 있는 익산은 철저하게 정책을 통해 재단을 설립한 케이스다. 옛 마한백제의 고도로 잘 알려진 익산은 이를 통해 도시 이미지를 쇄신하고, 시민들에게 좀 더 다양한 문화향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문화재단 설립을 결정했다. 당시 도서관이나 공연장, 체육관 등 몇몇의 문화시설이 있었지만, 시설관리공단이 아닌 시에서 직접 운영하고 있었다. 시설 운영이 여의치 못하다 보니 정책적인 연구를 중심으로 문화재단 출범을 준비하게 됐다.

익산문화재단은 2007년 10월 익산문화재단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2년 동안 익산시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을 중심으로 연구를 거듭했다. 특히 민간 전문가 주도의 체계적인 문화 사업을 중심으로 한 정책 개발을 위해 노력했으며, 역사와 문화, 예술은 물론 지역 예술인들이 고향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환경 조성에 힘썼다. 여기에 실질적으로 문화생활의 주체인 시민 의견을 듣는 공청회와 설문조사, 문화예술단체와의 간담회 등을 통해 문화재단이 설립 됐을 때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더해졌다. 긴 과정을 거쳐 마침내 2009년 12월 익산문화재단이 출범했다.

현재 설립 6년차를 맞은 익산문화재단은 전라북도에서 문화 네트워크 중심에 서 있다. 특히 재단 설립 후 50명도 되지 않았던‘ 꿈의 오케스트라’ 단원은 어느덧 100명이 넘었고, 익산 구도심 활성화 기획 사업과 지역 문화예술의 활성화와 문화예술행사 참여를 독려하는 사업을 4년째 추진하는 등 현장 중심의 소통을 이어나가고 있다.

익산문화재단 김진아 문화정책팀장은 “KTX 호남선 개통 시 전라도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에 다양한 문화생활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익산은 시설이나 막대한 예산 없이 지역 내 요구되는 문화생활을 정책적으로 개발해 긍정적인 효과를 본 사례다.

10년간 경험으로 만들어진 노하우, 김해문화재단
김해문화재단은 2005년 2월 출범해 올해로 10년 째 문화재단을 운영 중이다. 김해는 익산문화재단과는 달리 시설이 먼저 설립된 후 문화재단이 출범했다. 1995년 인구 26만 명의 중소도시였던 김해시의 문화·체육시설은 김해도서관과 공설운동장이 전부였다. 당시 송은복 김해 시장은 시민들의 발전된 문화생활을 위해 주력사업으로‘ 김해문화의전당’ 설립을 결정하게 된다. 김해시는 지역 시장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분석을 선행한 뒤 1464석 규모의 대공연장‘ 마루홀’과 540석 규모의‘ 누리홀’‘, 애두름마당’,‘윤슬미술관’ 등을 갖춘 전국 에서 유래 없는 큰 규모의 공연장 설립을 결정했다.

▲    올해로 개관 10주년을 맞는 김해문화의전당. 문화재단이 출범하면서 뛰어난 공연장으로 거듭났다

주목할 점은‘ 김해문화의전당’ 설립 시작부터 완공, 이후 문화재단이 출범할 때까지 담당 공무원들의 인사이동이 없었다는 것이다. 보직 변경이 없다보니 10년 동안 다양한 문화 정책 노하우를 축적할 수 있었고,‘ 김해문화의전당’은 문화재단 출범과 맞물려 2005년 11월 개관 후 뛰어난 공연장으로 거듭났다.

현재 김해문화재단은 자체 사업인 문화매개인인력양성 워크숍‘ 공감투어’를 비롯해 무지개다리 지원사업, 시민들의 소통과 교류의 장을 만드는‘ 다정다감프로젝트’ 등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공감투어’는 참가자들이‘ 문화매개 주체’가 돼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김해지역발전과 문화기획자로서 네트워크 형성에 기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