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경기남부생태교육연구소

지금 저기 보이는 시푸런 강과 또 산을 넘어야 진종일은 별일없이 보낸 것이 된다. 서녘 하늘은 장미빛 무늬로 타는 큰 눈의 창을 열어…… 지친 날개를 바라보며 서로 가슴 타는 그러한 거리에 숨이 흐르고.

모진 바람이 분다.
그런 속에서 피비린내 나게 싸우는 나비 한 마리의 상채기. 첫 고향의 꽃밭에 마지막까지 의지하려는 강렬한 바라움의 향기였다.

앞으로도 저 강을 건너 산을 넘으려면 몇 ‘마일’은 더 날아야 한다. 이미 그 날개 피에 젖을 대로 젖고 시린 바람이 자꾸 불어간다. 목이 바싹 말라 버리고 숨결이 가쁜 여기는 아직도 싸늘한 적지(敵地).

벽, 벽…… 처음으로 나비는 벽이 무엇인가를 알며 피로 적신 날개를 가지고도 날아야만 했다. 바람은 다시 분다. 얼마쯤 날으면 아방(我方)의 따시하고 슬픈 철조망 속에 안길.

이런 마즈막 ‘꽃밭’을 그리며 숨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어설픈 표시의 벽. 기(旗)여……

-박봉우 <나비와 철조망>

시인 박봉우(1934~1990)는 분단된 조국의 현실을 철조망에 상처 입은 나비에 대입했다. 나비가 그토록 찾아 헤맨 ‘마지막 꽃밭’은 평화일 것이다.
아직도 아물지 못한 분단 70년의 역사는 평택 미군기지를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진위천 유역을 따라, 황구지천 자락을 흘러 자유롭게 미군기지 철조망을 넘나드는 꼬리명주나비. 박봉우 시인은 이 나비를 보며 시를 짓지 않았을까?

▲ 웃다리문화촌에 쥐방울덩굴을 식재하고 있는 김만제 소장    ⓒ월간 평택문화

꼬리명주나비의 요람 진위천
꼬리명주나비가 언제부터 평택에 서식했는지에 대한 정확한 자료는 없다. 다만, 경기남부생태교육연구소(소장 김만제, 이하 연구소)에 따르면 약 10여 년 전부터 평택 진위천 일대에서 관측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오염에 민감한 쥐방울덩굴과 꼬리명주나비의 특성상 그 이전부터도 진위천 유역에서 계속 서식해왔을 것으로 추측할 뿐이다.
현재 연구소의 지속적인 관찰 결과 확인된 꼬리명주나비 서식지는 진위천 물줄기가 시작되는 용인의 어비리 저수지부터 서탄면 황구지리의 황구지교까지 부분적으로 여러 곳에 형성된 것으로 밝혀졌다.
서식지를 인위적으로 복원한 타 지자체에 비하면 비교적 자연 서식지가 충분히 남아 있다고 볼 수 있다. 진위천은 꼬리명주나비의 살아 숨 쉬는 요람인 셈이다.

울산, 부산, 아산, 서울··· 마케팅 경쟁
하지만 꼬리명주나비의 서식지가 평택 진위천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현대자동차는 2006년께부터 환경분야 사회공헌사업의 일환으로 울산 태화강 등 4곳에서 쥐방울덩굴 6천 그루를 심고 유충을 옮겨 복원에 성공한 바 있다. 현대자동차는 울산뿐만 아니라 아산과 전주에서도 꼬리명주나비 서식지 복원사업을 진행했다.
또한, 지난해 부산 낙동강하구에코센터는 낙동강 하구 일대 4000㎡ 면적에 쥐방울덩굴 군락지를 조성, 꼬리명주나비 서식지를 복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서울 역시 각지에 조성된 공원에 꼬리명주나비 서식지를 복원하기 위해 수차례 연구소의 자문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자치단체는 꼬리명주나비 서식지 복원을 통한 생태공원 조성 및 스토리텔링 등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평택도 시도했지만, 불발에 그쳐
평택에서도 꼬리명주나비를 시의 상징물로 추진하려는 움직임은 있었으나, 불발에 그치고 만 경험이 있다.
푸른평택21실천협의회(현 평택지속가능발전협의회) 환경분과는 2008년부터 2009년까지 2년에 걸쳐 꼬리명주나비의 시 브랜드화를 추진한 바 있다.
‘평택은 꼬리명주나비가 있어 행복합니다’라는 주제로 진행된 사업은 송탄정수장 인근에 쥐방울덩굴과 꼬리명주나비 서식지 마련 등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지만, 최종 목표인 관련 조례 제정은 실패했다.
“2년에 걸친 사업 끝에 송탄정수장 인근에 팻말과 울타리 설치 등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기는 했지만, 의회의 조례건과 관련해서는 큰 성과를 얻지 못했다. 시의회에서 사진전도 여는 등 홍보에도 노력했지만, 의원들의 관심을 얻지 못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당시 환경분과위원장이었던 김만제 소장의 회고다.
꼬리명주나비 서식지 복원에 앞장서고 있는 타 지자체와는 달리 민간이 주축이 된 움직임이었지만, 행정과 의회의 뒷받침이 부족해 나타난 결과였다.

공원의 가치, 품고 있는 생태계로 빛나야
평택시는 지난해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공원녹지과를 분리, 공원과와 산림녹지과를 신설했다. 평택시의회 역시 올 한해 ‘도시공원연구회’를 통해 공원과 관련된 의정연구 활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2020 평택시 공원녹지기본계획’에 따르면 2020년까지 평택 내 도시공원은 총 428개소가 조성될 예정이다. 현재 조성된 238개소의 배에 달하는 수치다. 평택시 공원과 신설과 도시공원연구회 구성은 이처럼 급증할 도시공원이 가지는 중요성을 시사한다. 공원은 더 이상 단순 녹지가 아닌 시민여가문화의 중심지로 부각되고 있다.
공원 속 생태계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도심의 학교와 연계한 생태학습의 장으로 공원의 활용가치 또한 크기 때문이다.
경기남부생태교육연구소는 지난 4월 11일 웃다리문화촌에서 쥐방울덩굴 식재 행사를 가졌다. 평택의 대표적 관광명소인 웃다리문화촌에 꼬리명주나비 서식지를 조성, 생태교육장을 마련해 이곳을 찾는 관광객에게 꼬리명주나비를 홍보하려는 목적이다.
꼬리명주나비는 쥐방울덩굴이 있는 곳에서만 살 수 있다. 반대로 말하면 쥐방울덩굴이 있는 곳이라면 언제든 꼬리명주나비를 볼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연 4회까지 성충이 부화하는 꼬리명주나비의 특성상, 평택의 도시공원 곳곳에 쥐방울덩굴 군락지만 조성된다면 꼬리명주나비는 언제 어디서나 시민과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생태자원이다.

깃대종 설정을 통한 마케팅 여건 ‘무궁’
깃대종(flagship species)은 한 지역의 생태계를 특징적으로 나타내는 동·식물을 뜻한다. 그 지역의 생태계를 회복하는 개척자라는 이미지를 깃발로 형상화해 깃대종이라 부른다. 부산의 동백나무, 무주 반딧불이, 부천 복사꽃 등이 대표적인 깃대종이다.
꼬리명주나비는 자연 서식지가 분포한 진위천에서 나아가 평택을 대표하는 깃대종으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사람의 손을 두려워하지 않는 친화력, 명확한 암수의 구분, 아름다운 외관, 미군기지가 주둔한 평택에서 나비의 상징성(평화의 이미지) 등 꼬리명주나비가 지닌 생태·문화콘텐츠로서 잠재력은 무궁하다.
대규모 산업단지 유치와 관광단지 개발만이 도시 이미지를 재고하는 수단은 아니다. ‘고양’이라는 도시명에서 모티브를 얻어 고양이 캐릭터로 큰 인기를 끈 고양시의 도시 마케팅 사례에서 비춰보듯, 꼬리명주나비로 대표되는 평택의 모습을 그려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