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로 말라 공장 지나는 배수로 물 논에 투입
모 잎 마르고 뿌리 썩어가… 물갈이도 소용없어
市 관계자 “농지·농수로·배수로 수질검사 의뢰”

평택의 한 농촌마을에서 모가 녹아내리며 뿌리가 썩는 기현상이 계속되고 있어 농민들이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극심한 가뭄으로 농수로 물이 고갈되자 주변 아파트와 공장을 지나는 배수로의 물을 논에 투입한 뒤 발생하고 있으며, 관계당국도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26일 평택시와 농가 등에 따르면 평택시 동삭동 영신마을 일대 13개 농가는 지난 5월 초 가뭄으로 농수로 물이 부족해지자 인근 배수로의 물을 농경지에 투입했다.

그후 얼마되지 않아 논에 심은 모의 잎이 노란색을 띠면서 마르고 뿌리가 썩는 현상이 발견됐고 농민들은 어쩔 수 없이 같은 달 20일 모를 재식재했다.

농민들은 새로 심은 모가 같은 증상으로 죽기 시작하자 지난 4일과 22일 두 차례에 걸쳐 또다시 모를 다시 심었다.

배수로에서 끌어 온 물이 원인인 것 같아 7번이나 농경지의 물을 빼고 농업용수를 투입하는 물 걸러내기 작업을 했지만, 이상 증세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피해 농경지는 동삭동 쌍용자동차에서 지제동 도일천으로 이어지는 3㎞ 가량의 배수로 좌·우에 위치한 13만여㎡로, 영양제와 발근제까지 사용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농민 김복수씨(73)는 “495㎡당 쌀 6~8말값을 주기로 하고 농경지 6만4천여㎡를 임대했는데, 이 중 2만9천여㎡가 피해를 입었다”며 “1천만원이 넘는 돈을 들여 3번이나 모를 재식했지만 모가 녹아 들어가는 현상이 사라지지 않아 임대료만 물 처지”라고 하소연했다.

또다른 농민 노승석씨(58)는 “지난달 22일 재식을 한후 손등에 피부질환이 생겨 논을 파보니 바닥이 검게 썩어 있었다”며 “올해 농사를 망친 것도 문제지만 다시 농사를 지을 수 있을지조차 알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평택시 관계자는 “피해 농민들이 지난 5월2일부터 동삭동 쌍용자동차 앞에서 지제동 도일천으로 흐르는 배수로 물을 농경지에 사용한 뒤 이같은 현상이 나타났다고 주장하고 있어 토질 및 농수로, 배수로, 농지 등에 대한 수질검사를 의뢰한 상태”라며 “원인규명을 위해 사법기관에도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