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재만·한상윤 소방관 눈물의 영결식

‘소방서 대기’ 동료들 함께 못해 가슴 찢어져
“명령이다, 이재만 소방위와 한상윤 소방장은 귀소하라.” 임정호 송탄소방서장의 조사가 영결식장에 울려퍼지자 유족과 동료들의 눈에 또 다시 하염없는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5일 오전 송탄소방서에서 송탄소방서장으로 치러진 故 이재만 소방위(39)와 故 한상윤 소방장(31)의 영결식에는 동료와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슬픔과 침묵만 가득했다.영결식에는 유족들과 김문수 경기지사, 정장선·원유철 국회의원, 김선기 평택시장, 이기환 소방방재청장, 이양형 경기소방재난본부장, 유성범 수원지검 평택지청장, 동료 소방관 등 500여명이 참석해 고인들을 애도했다. 임 송탄소방서장은 “용광로 같은 화염속에서 고통을 받았을 당신들을 생각하면 미안함 뿐”이라며 끝내 울음을 참지 못했다. 이날 추도사를 낭독한 장창근 소방장도 “수많은 현장에서 물속이라도 들어갔다 나온 듯 흥건히 젖은 당신들의 땀 냄새가 아직 남아 있는데…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고개를 떨궜다. 조사와 추도사가 이어지는 동안 유족과 동료 소방관은 물론, 영결식장 내 각계 인사들까지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해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영결식이 끝난 뒤 고인들의 영현은 수원 연화장으로 운구됐으며, 동료 소방관들은 거수경례로 이들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이들 순직 소방관에게는 1계급 특진과 옥조근정훈장이 추서 됐으며 유해는 이날 오후 대전 국립현충원에 안장됐다. 이날 최창만 송탄소방서 119구조대장과 구조팀 선임자인 김종일 팀장 등 동료대원들은 유족들 앞에 무릎을 꿇고 “동료들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눈물로 사죄했다.“동료의 영결식에도 참석하지 못하고 소방서에서 대기하고 있는 마음은 찢어집니다.”지난 3일 평택시 서정동 소재 참숫가구전시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순직한 故 이재만 소방위와 故 한상윤 소방장과 함께 진화에 나섰던 48명의 소방관들은 5일 열린 영결식에도 참석하지 못한채 먼 곳에서 눈물을 쏟아냈다. 신계성 소방경 등 48명의 소방관들은 지휘차량과 펌프·탱크·구조차량 등에 나눠 타고 영결식장에서 50여m 떨어진 공터에서 먼발치에서 동료를 보내는 아픔을 눈물로 대신하고 있었다.영결식날은 이들이 긴급상황에 대비, 출동 태세를 갖추고 대기해야 하는 근무일이기 때문이다. 순직 소방관들의 동료들은 영결식에 참석하기 위해 자리를 비울 경우 또 다른 인명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가며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그래도 숨진 동료들이 마음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는지 소방관들의 얼굴에는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과 동료를 두고 먼저 나온 죄책감이 교차했다. 신 소방경은 “퇴각명령을 받은 뒤 동료들을 먼저 퇴각시키는 고 이재만 소방위의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며 “누구보다 뛰어난 이 소방위였기에 동료들을 구할 수 있었지만, 정작 자신은 나오지 못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동료가 눈앞에서 화마에 휩싸여 죽어가는 것을 보며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었기에 당시 출동했던 소방관들이 받는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며 “치료를 받기 전에 또 다른 사고로 이어질까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