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역사-코레일 ‘상업시설’ 갈등

 전국 주요 철도역을 대상으로 민자역사가 늘어나면서 유통센터를 운영하는 역사측과 코레일유통간의 갈등이 곳곳에서 표출되고 있다. 민자역사 역무시설(공간)내 상업시설 운영을 놓고 법적 공방까지 이어지면서 역무시설내에서 상업시설을 운영하는 업주 등이 불안해하며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최근 철도공사는 민자역사에서 상업시설을 운영할 수 없다는 법원의 결정이 나왔다.이는 계약서에 명시적인 경쟁업무 금지조항이 없다면 상업시설을 운영할 수 있다는 기존 판결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상급심의 판단이 주목되고 있다. 

 

▲철도공사, 민자역사서 상업시설 운영 엇갈린 판결

 

서울남부지원, 지난1일 평택역사내 영업정지 결정

 

안양지원 작년 8월 판결과 상반…상급심 판단 주목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지난 1일 평택역 민간사업자인 ㈜평택역사가 한국철도공사와 ㈜코레일유통을 상대로 낸 영업금지 등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평택역사는 일정기간 상업시설을 운영해 건설비 등을 회수해야 하기 때문에 철도공사와 동종의 영업을 해야한다면 협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해당 협약에는 철도공사가 ㈜평택역사와 동종 영업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을 묵시적으로 포함하고 있다”고 인용 결정의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평택역사와 철도청(현 한국철도공사)이 맺은 협약서를 보면 신(新) 평택역사 상업시설의 업종 및 배치와 운영은 ㈜평택역사가 결정할 수 있다”며 “따라서 철도공사가 ㈜평택역사의 동의없이 역무시설내 상업시설을 운영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지난해 8월 수원지법 안양지원은 안양역 민자사업을 주도한 ㈜안양역사가 한국철도공사와 한국철도시설공단을 상대로 낸 영업행위금지 등 청구소송에서 “협약에 경쟁적 업무금지 규정이 없고 철도공사 때문에 ㈜안양역사가 피해를 봤다고 볼만한 구체적인 자료가 없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이렇게 법원 판결마저 상반된 결정이 나면서 전국 민자역사 역무시설내에서 상업시설을 운영하는 업주들은 자칫 생계가 달린 점포의 문을 닫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크게 우려하고 있다.각 민자역사가 한국철도공사와 코레일유통 등과 벌이고 있는 갈등의 쟁점은, 민자로 건립한 민자역사 역무실내 상업시설 운영권을 누구로 보느냐 하는 것이다.한국철도공사는 역사시설은 원래 판매 및 영업시설에 해당하므로 코레일유통이 상가임대 및 영업활동을 하는 것이 건축법상 용도변경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관리협의회 협의를 거치지 않아도 되고 출자사업 업무처리규정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하지만 각 민자역사는 민자로 역사 건축시 모든 상업시설은 민자역사에서 운영키로 한만큼 역무시설내 상업시설도 민자역사에서 관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같이 한국철도공사와 민자역사의 의견이 상반되면서 지난 2003년부터 역무시설내 상업시설 운영권 다툼은 지속되고 있다. 수원역사의 경우 지난 2003년 민자역사 운영이후 코레일유통이 역무시설내에서 운영하는 매장의 점용료를 납부해 줄 것을 매년 공문을 통해 요구하고 있다. 또 부평역사는 코레일유통이 매표소 폐쇄공간을 활용해 커피전문점을 입점시키려 하자 반발하고 있는 상태이며, 서울 왕십리역사도 역무시설내 편의점 설치를 막고있다. 이처럼 사태가 악화되자 그동안 법적대응에 소극적이던 한국철도공사는 가처분신청 결정이후 관련직원에 대해 인사조치를 하는 등 강력 대처하고 있고, 각 민자역사도 법정대응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각오여서 파장은 계속될 전망이다.

 

▲(주)평택역사의 주장

 

㈜평택역사 “사업 협약서에 명시… 상업·판매시설 운영은 불법 행위”

 

평택역사는 지난 1999년 철도청과 협약한 사업추진 협약서 제10조에 의하면 ‘평택민자역사의 시설중 상업시설의 업종내용 및 배치와 운영 등은 회사(평택역사)로 하여금 한다’로 명시돼 있는만큼 역무시설이라도 상업시설을 운영할 수 있는 권리는 평택역사(주)에 있다는 주장이다.또 “역무시설은 민자역사 준공후 국가(국토해양부)에 기부채납 해야하나 현재 진행중에 있으므로 소유권은 평택역사(주)에 있다”면서 “역무시설을 국가에 기부채납한 후라도 철도공사는 국가로부터 무상사용이나 출자를 받아야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이 발생하므로 현재 철도공사는 아무런 권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철도공사가 국가로부터 무상사용 승인이나 출자를 받았더라도 한국철도공사법 제15조 3항에 의거, 그것을 코레일유통을 포함한 제3자에게 전대할 수 없으며 역무시설은 맞이방(대합실)·역무실·휴게실·화장실·놀이방·수유실·안내시설·철도여객 편의시설 등 철도 운영에 직접 필요로 하는 시설로 용도가 특정돼 있어 상업시설이나 판매시설은 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이와함께 “사업추진협약 당시 역무시설에 판매시설이 포함돼 있었다면 사업을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고 왕십리역사처럼 사업추진협약서에 명확히 명시했어야 타당하나 역무시설에 대한 계획설계와 실시설계에 대한 승인을 한국철도공사로부터 받았을 때도 맞이방내 상업시설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이유로 평택역사는 한국철도공사나 코레일유통(주)을 포함한 제3자가 평택역 맞이방내 상업시설을 운영하는 것은 계약위반이자 불법 행위라고 강조하고 있다.

 

▲코레일유통의 주장

 

코레일유통 "지난 70년간 운영... 상업시설은 이용자위한 역무 일부"

 
코레일유통은 “민자역사 협약서, 국유철도 운영에 관한 특례법 등에 의거, 민자역사내 역무시설의 시설관리운영권은 코레일에 있는 것이고 ‘역무’는 여객수송뿐 아니라 이용객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며 “역무시설에 대한 권리가 코레일에 있고 맞이방내 상업시설 운영도 ‘역무’의 일부분인 만큼 상업시설 운영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또 “철도역사 시설은 원래부터 판매 및 상업시설에 해당하므로 상업시설을 운영하는 것은 건축법상 용도변경에 해당하지 않고 관리협의회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해서 출자사업 업무처리규정을 위반하는 사항도 아니다”며 “평택역사는 9차례에 걸친 업종구성 협의가 진행 중이었음에도 가처분 신청 전부터 일방적인 부인으로 코레일유통과 매장 입점자들이 막대한 타격을 입고있다”고 밝혔다. 이어 “코레일유통은 지난 70년간 철도 역사내에서 상업시설 운영을 통해 이윤을 내고 그 이윤을 철도공상회, 홍익회 등을 위한 원호사업에 환원하는 노력을 해왔다”며 “일반기업과 동일한 자본의 논리로만 판단하려 한다면 공기업의 사업취지를 퇴색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수백 개의 매장을 운영하는 민자역사의 매출이 단 10개 정도에 불과한 역무시설내 매장으로 인해 민자역사가 큰 타격을 받는다는 구체적인 자료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함께 “역무시설의 소유권 이전과 관련한 사업추진 협약서와 사용승인서에서 ‘준공과 동시에,’ ‘건물사용승인일로부터 150일 이내’에 무상귀속토록하고 있지만 민자역사가 사업비 정산지연의 사유로 귀속절차를 해태(어떤 법률행위를 해야할 기일을 이유없이 넘겨 책임을 다하지 않는 일)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가처분 신청 등을 하면서 건물뿐만 아니라 대지에 대한 소유권까지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결방안은 없나

 

이렇게 민자역사와 코레일유통의 입장이 상반돼 법적 정공방은 물론 극한대립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역무시설내 상업시설을 운영하는 업주들은 해법 찾기에 골몰하고 있지만 공기업과 거대기업의 싸움속에 실타래가 쉽게 풀리지 않을 것 같자 속앓이를 하고있다.이와관련 한국철도공사와 코레일유통은 국유재산권 및 사업영역 보존차원에서 건축물 등기 소유권에 대한 철도시설공단의 분명한 입장을 표명하고 정책적으로 대응하는 방안을 비롯해 평택역사의 영업금지 가처분신청 소 제기에 대해 적극적으로 법률적 해결방안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한편으론 대화와 타협을 통해 원만한 결론을 도출하자는 의견과, 역단위 MOU 체결을 통해 공동 개발 및 운영하는 방안, 역무시설내 상업시설을 민자역사에 주고 수익액의 일정률 또는 일정액을 수취하는 방안 등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화와 타협 등의 경우 기존 전문점 운영이 불투명하고 대기업과 공동개발은 운영면 등에서 상당히 불리한 상태이며, 기여수익중 일부를 배분받는 것 또한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어 민자역사와 코레일의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