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 평택 이전이 계속 늦춰지면서 평택은 공황상태를 맞고있다. 장밋빛 청사진들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각종 개발사업이 지연·중단되면서 주민과 기업인들은 빗더미 속에서 심한 몸살을 앓고있다. 정부는 당초 오는 2013년까지 18조8천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미군기지 평택 이전사업을 펼치기로 하고 평택지원특별법까지 마련했으나 여기저기서 삐걱 거리면서 주민들은 줄도산 위기에 처해 있다. 이에 경기일보는 평택 미군기지 이전 지연이 몰고온 평택의 암울한 현실과 그 대책을 진단한다. /편집자 주

‘은행 빚은 늘고, 이자갚을 돈은 없고, 땅도 못팔고, 차라리 다 죽여라’고덕국제신도시의 토지 보상이 계속 지연되면서 고덕면 일대에는 지역주민과 기업인들의 절박함을 담은 검은 현수막이 곳곳에 눈에 띈다. 고덕국제신도시는 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국책사업으로 고덕면 서정동 일대 1천748만여㎡ 부지에 건설될 예정이었다. 당초 LH 측은 지난해 12월까지 토지보상 및 손실보상 협의를 약속했지만 미군기지 이전이 계속 미뤄지면서 주민과 이주기업을 위한 보상 일정도 올해 12월로 연기했다. 그러나 LH가 예산부족 등을 이유로 보상 계획을 또 연기할 뜻을 밝히면서 정확한 시기조자 내놓지 못하자 160개의 이주기업과 2천890여세대 7천여명의 주민들이 파산 위기를 맞고 있다. LH의 토지보상 계획만을 믿고 다른 지역에 공장부지나 주택구입 등을 위해 대출받은 금액이 1조3천억여원에 달하면서 매년 650여억원의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 실정에 놓였기 때문이다. 수용 예정지인 고덕면 율포2리의 주민 61가구는 지난 4월까지 잔금을 지급키로 하고 고덕면 당현리 일대 4만1천700㎡(총 구입자금 94억여원) 토지를 8억2천만원에 계약했지만 계약금을 모두 날릴 위기에 놓였으며 대출이자 등을 갚지 못해 가정경제가 파탄날 지경이다.기업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A기업은 타 지역으로 공장이전을 위해 아산시에 4천600여㎡를 구입했지만 대출금과 이자를 갚지 못해 부도위기에 놓였으며, 군산산업단지에 6만6천여㎡의 대토를 구입한 B기업도 오는 26일 돌아오는 13억원 상당의 대출금을 갚을 길이 없다며 대책을 호소했다.

이런 가운데 분노한 주민 및 기업 대책위원회 관계자 40여명은 14일 오후 3시부터 밤늦게까지 LH 보상사업단 회의실을 점거한 뒤 LH 간부 등에게 책임있는 답변을 요구했다.이날 기습 농성은 LH 측 박관민 이사가 이지송 사장을 대신해 ‘보상 시기 입장 발표를 조금 늦추겠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대책위 관계자는 “LH 측이 고덕국제신도시 보상과 관련된 입장을 15일에 발표키로 하고 이를 또 미루는 것은 보상하지 않겠다는 속셈 아니냐”고 주장했다.이에 대해 LH 관계자는 “예산문제 등으로 정부와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아직 절충안이 나오지 않아 보상입장 발표 시기를 늦춰 달라는 것”이라며 “보상 일정이 정해지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