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 해고-싼값 매각… 두 갈래 길에

 지난 2004년 중국 상하이차 인수로 불거지기 시작한 쌍용자동차 사태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상하이차가 지난 9일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노사 갈등이 최정점에 이른데다 구조조정에 대한 노사 간 입장차 역시 여전히 팽팽한 평행선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12일 공개된 노조 측의 쟁의행위 투표결과 94.05%의 조합원이 참가한 가운데 과반이 넘는 75.75%의 조합원이 파업에 찬성 입장을 보임에 따라 추후 노조가 전면 파업을 선언하는 시나리오도 배제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쌍용차의 파국에 대한 우려로 경기도와 평택시가 직접 나서 정부의 회생대책을 촉구하고 있는 상태에서 최대 쟁점이 될 구조조정 문제에 노조가 강경 입장을 보임에 따라 쌍용차 문제 해결이 곳곳의 암초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위기의 쌍용차
지난 9일 쌍용차가 법원에 신청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와 재산보전처분 및 포괄적 금지명령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짐에 따라 쌍용차의 채권·채무가 당분간 동결되게 됐다.
이에 따라 쌍용차는 법원의 허가 없이는 일체의 금전적 채무에 대한 변제나 담보제공, 부동산·자동차·중기·특허권 등의 재산 및 1천만원 이상 재산에 대한 처분을 할 수 없게 됐으며 어음할인이나 노무직·생산직을 제외한 임직원의 채용도 못하게 됐다.
또 회생절차 개시 결정이 나올 때까지 쌍용차의 모든 회생채권자 및 담보권자가 강제집행이나 가압류 및 가처분, 담보권실행을 위한 경매절차도 신청할 수 없게 됐다.
이처럼 법원이 쌍용차 재산에 대해 동결 조치를 내리면서 쌍용차의 본격적인 회생절차 개시 여부에 대한 심의도 시작됐다.
법원이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하면 관리인과 조사위원을 선임해 회생계획을 제출받고 주주나 채권자 등의 이해관계인들의 동의를 얻어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되지만 반대로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거나 회생절차 개시 결정 이후에도 계획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면 법원이 직권으로 파산을 선고할 수 있다.
결국 쌍용차의 향배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한 체질개선이 회생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회생과 파산, 기로에 선 쌍용차
이처럼 쌍용차의 법정관리신청에 따라 향후 쌍용차의 미래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쌍용차는 법정관리신청에 들어간 상태로 엄청난 구조조정을 하거나 싼 값에 매각을 추진해야 하는 상태.
하지만 이마저 어려울 경우 그냥 문을 닫아야만 하는 상황으로, 일각에서는 상하이차가 법원의 주도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경영 정상화를 추진한 뒤 일정 부분에 대해 재투자를 함으로써 다시 경영권을 가져가려는 속셈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노사간 직접적인 마찰이 우려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편 법원이 청산을 결정할 경우 그 파장은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7천여명에 달하는 쌍용차 임직원의 대규모 해고사태와 1차 협력업체만 250곳에 달하는 협력업체들의 줄도산도 불가피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상하이차는 물론 노조와 정부의 미흡에 대처가 도마에 오를 것이며 올해 경기회복을 노리는 한국의 경제 정책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상하이차만은 한국의 파장과 달리 다소 여유로운 상태다. 노조 측이 주장하는 기술이전 등에서 많은 이익을 얻었다면 구조조정을 통한 경영권 유지나 청산 자체 무엇이든간에 손해를 입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림대 자동차공학부 김필수 교수는 “강력한 구조조정과 매각 중 어느 한 경우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며 “가장 큰 문제는 결국 이 모든 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에는 파산을 할 수밖에 없어 노조의 희생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결국 상하이차는 우리 정부의 힘을 빌려 구조조정을 단행하려 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얼마가지 않아(쌍용차에) 50%에 가까운 강력한 구조조정의 바람이 불어 닥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신성대 자동차학과 남계명 교수는 “우선 시급한 것은 실낱 같은 희망마저 잃어버린 지역주민에게 용기를 북돋워주는 것”이라며 “당장 일자리를 잃게 생긴 근로자들과 쓰러져가는 지역경제를 위해서라도 정부는 극한의 위기에 처한 협력업체들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해 지원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해영·노수정기자 nsjung@kgib.co.kr
/사진=조남진기자 njcho@kgib.co.kr




▲평택시 민생대책 마련

평택시가 쌍용자동차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인해 평택경제가 총체적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고 밝히고 이를 위해 민간조직을 연대한 쌍용사랑 운동본부(가칭) 발족과 함께 민생안정대책협의회를 운영키로 해 앞으로의 추진과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송명호 평택시장은 12일 시청 종합상황실에서 쌍용자동차 위기와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지역경제 상황 악화에 따른 비상대책을 위해 협력업체에 경영안정자금 지원과 신용대출을 확대하는 등의 방침을 내놓았다.
시는 민생안정 대책을 위해 송시장을 단장으로 한 5개 전담반을 구성, 365일 24시간 비상 근무체제에 돌입하고 쌍용차와 평택 지역 253개 협력업체에 대한 재정·행정적 지원을 전담한다고 밝혔다.
또 쌍용차의 법정관리 신청이 조속한 시일 내에 결정될 수 있도록 도가 적극적인 의지를 표시해 줄 것과 협력업체들의 연쇄부도 방지를 위해 경영안정자금 지원과 신용대출을 확대해 줄 것을 건의 했다.
시는 또 쌍용차 판매촉진을 위해 도내 모든 시·군 관용차량 구입 시 쌍용차를 구매해 줄 것과 쌍용차 팔아주기 운동 등이 범도민 운동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도에 건의키로 하는 한편 지역업체 참여 확산을 위한 입찰참가자 금액제한 완화와 수의계약 한도 증액을 건의키로 했다.
특히 쌍용자동차 위기 이후 통복재래시장 등의 매출이 50% 이상 감소하여 도·소매업 연계도산 우려와 함께 쌍용자동차 주변 상가들의 휴·폐업이 속출함에 따라 저소득층의 생활비 안정과 우선고용, 녹색가게 운영, 인터넷은행 등의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송 시장은 “황해경제권 내에서 한·중국 간 관계가 중요한 만큼 쌍용차 최대주주인 상하이차에 대한 재인식의 필요성이 있다”며 “상하이 자동차가 대주주로서의 역할을 책임 있게 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조성이 중요한 만큼 먹튀라는 근거없는 매도 등은 자제하고 예의있는 협상을 통해 이해관계자의 이견을 하나로 조정해 나가는 것만이 지금의 상황을 타개하는 유일한 방법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