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만부지 전시용 개발…물류기능 설땅 잃어간다

 평택항이 환황해권의 배후물류 중심항만으로의 급부상하고 있지만 항만배후지에 대한 기본계획조차 수립되지 않은 데다가 마구잡이식 개발로 우선 되어야 할 물류공간이 사라지고 있다. 또 물류기지로 사용해야 할 항만부지는 특정업체들이 점용허가를 독점해 놓고 방치하는가 하면 재임대 등으로 부당이득을 취하고 있다. 본보는 위기로 내몰리고 있는 평택항의 현실과 주먹구구식으로 개발되는 평택항의 모습을 담아보고 그 대책을 모색한다./편집자 주


평택항은 현재 중국간 4개항로(영성 용안항, 산동 일조항, 강소 연운항, 산동 청도항)를 운영중이며 하반기에 위해항의 항로를 개설할 경우 올해안에 5개 항로로 확대돼 매년 수·출입 화물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평택지방해양항만청(이하 항만청)은 국제여객터미널, 컨테이너부두 인근에 위치한 항만부지에 해수청 건물을 건축한데 이어 마린센터, 세관건물 등을 허가했다.
따라서 마린센터 등이 완공되면 국제여객터미널과 카훼리화물터미널 주 출입구와 마주보게돼 이 일대의 교통혼잡으로 터미널 및 물류기지가 제구실을 하지 못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더욱이 경기도가 평택항 랜드마크로 조성하는 마린센터의 경우 사업비 246억원을 들여 부지 2만7천㎡에 지상 15층, 지하 1층 규모로 내년 8월 준공예정이다.
이곳에는 출입국관리사무소, 식물검역소, 해운 및 항만 물류업체 등을 입주토록해 화물 선적, 수출입 업무 등 각종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처리할 계획이다.
또 컨벤션 기능을 갖춘 회의장, 금융 및 상업 관련 편의시설 등을 갖춰 항만을 운영하는 항만관련기관(CIQ)은 물론 해양관제센터, 해운·항만 기업체 등도 입주할 계획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마린센터의 건립 필요성에 의구심을 나타내고 부지선정도 잘못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경기도의 계획대로 세관 등 주요공공기관과 화물사를 마린센터에 입주시켜 각종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추진할 계획이지만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것이다.
우선 주요 공공기관은 물론, 화물사 등이 마린센터 입주에 따른 임대료를 의식, 입주를 꺼리고 있다.
이는 운송사의 경우 항만청으로부터 임대받은 항만부지내에 이미 사무실을 갖춰 놓고 있어 굳이 마린센터내 임대료를 지불하면서 입주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또 서해안 시대 메카로 떠오른 평택항이 인천·부산·광양만항 등에 비해 후발주자로 나선 만큼 수출입항으로서 기능을 확보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항만부지내 마린센터를 건립하려는 것은 항만 본연의 기능을 무시한 전시행정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부지임대의 관행은 더욱 심각하다.
항만청은 잔여 항만부지를 대한통운 등 대기업에 임대했으나 대기업 등이 임대부지를 활용하지 않고 방치해 놓고 있는데다가 일부 업체는 물류업체에 재임대를 한 뒤 고액의 임대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특혜시비 등의 의혹을 낳게 하고 있다.
항만청이 현재 항만시설 사용을 허가한 내역을 보면 ▲대한통운·대주중공업에 포승면 만호리 570일대 8천857㎡(연간 사용료 4천65만여원) ▲평택항만㈜ 2만307㎡(연간 사용료 6천750여만원) ▲한라건설 6천400㎡(면제)를 수출·입화물 야적장 및 현장사무실 등으로 허가했다.
이들 대기업이 임대받은 부지 사용료는 항만법을 적용, 매달 338만여원을 지불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통운 등에 허가한 부지의 경우 이중 50%의 지분권을 소유한 대주로직스는 일부 토지를 물류업체인 L업체에 지난 2006년 11월4일부터 지난해 11월3일까지 재임대, 매월 680여만원의 사용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주로직스는 이 업체에 지난해 11월 4일부터 오는 11월 3일까지 임대계약을 맺었다.
이는 현행법(무역항의 항만시설 사용및 사용료에 관한 규정 제21조)상 사용허가를 받은 항만시설을 타인에게 양도하거나 사용하게 할 수 없다는 규정을 어긴 것이다.
더욱이 동법 3조에는 항만시설의 공공성을 저해하지 않은 범위안에서 3년이내 기간을 정해 전용사용을 허가할 수 있고 항만시설허가 사용자는 사용기간을 연장하고자 할 때는 다시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들 기업은 항만청으로 부터 매년받은 실사에서 재임대에 대해 단 한차례도 적발되지 않았으며 사용기간도 4년을 임대한 것으로 밝혀져 특혜의혹을 사고 있다.
따라서 이들기업은 허가부지를 대부분 미사용 하면서도 오히려 연간 2천여만원의 수입을 얻고 있어 나머지 부지는 평택항 수출·입과 무관한 철도화차 등이 점유하고 있다.
항만의 한 전문가는 이를놓고 “타 항만의 경우 항만부지는 물류 운송 및 적재 등에 사용하고 있다”며 “그나마 남아있는 부지도 특정업체에 저가로 허가해 방치토록 하는가 하면 재임대를 통해 수입을 올리는 업체들을 방치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평택지방해양항만청의 한 관계자는 “항만시설 사용허가를 받은 업체가 재임대를 할 수 없다”며 “지금까지 재임대 문제에 대한 적발건수는 없지만 위법행위가 드러날 경우 고발 또는 벌금규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