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 일이 있습니까. 늦은 밤까지 잠도 못자고 정성들여 키운 내새끼 같은 닭을 산채로 땅에 묻어야 한다니 평생 한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지난 15일 닭 350여마리를 집단 폐사한 김모씨(66)의 산란계농장이 AI균에 감염된 것으로 판명돼 주변 축산농가의 닭까지 살처분에 들어가자 농민들은 어쩔줄 몰라하며 허탈해 했다.

500m이내 살처분 대상이 된 임모씨(47)는 1만4천여마리의 80여일 이상된 중추닭 살처분 결정이 내려지자 하늘만 쳐다보며 좀처럼 말문을 열지 못했다.
임씨는 “3년전에도 농장에 물이 차 2만마리의 닭이 폐사되면서 2억가량의 손해를 봐 원상회복 하는데 1년이 넘게 걸렸다”며 “닭을 사육하며 진 빚도 상당한데 이번 살처분으로 삶의 의욕마져 잃었다”며 “정부가 축산종사자의 2차피해를 감안, 충분한 대책을 마련해 주길 바랄뿐이다”고 말했다.
또 3㎞이내에 위치해 있어 2차 살처분이 예상되고 있는 포승읍 홍원리 박모씨(47)도 “‘오늘은 500m 이내만 살처분 한다’는 검역당국의 발표에 다소 안심은 하고 있지만 내일 또 어떻게 변할지 몰라 걱정이다”며 “살처분될 때 되더라도 닭들이 먹이라도 실컷 먹을수 있도록 할 생각”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한숨과 근심속에 시간을 보내며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의 판정을 기다리던 포승읍 원정리 양계농가들은 생기조차 없는 얼굴로 “정말 석정리에서 AI가 발병한 것이냐”며 “고병원성 AI가 발병되면 평택지역 양계농가는 이제 다 망한 것이나 다름 없는데 무엇을 해 먹고 살아야 할지가 막막하다”면서 걱정스런 하루를 보냈다.
또 AI가 발병한 석정리 김모씨 농장 입구에는 아침 일찍부터 500m이내에 통제선을 치기 위해 방역당국자를 비롯한 도·시 관계자들이 흰 방제복을 입고 외부인 출입을 통제한 채 방역소독차 2대를 이용, 마을을 오가는 차량들마다 소독약을 뿌리며 방역활동을 벌이면서 AI가 발병됐음을 인식하게 했다.
석정5리에서 30년째 살고 있는 한모씨(58)는 “30년 세월동안 이런 일은 처음이다”며 “전라도 지역에서 발생한 AI가 어떻게 여기까지 온 것이냐”며 답답한 가슴을 어루만졌다.
안성지역 육계협회도 인근 평택지역에서 AI발생 소식에 곳곳에서 방역활동을 벌이며 외부 출입을 차단하고 농가들간에 실시간 문자메시지를 잇따라 전송하는 등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또 안성시 축산과 공무원들은 비상근무 체계에 돌입하고 농가에 방역소독 만전을 기하도록 독려하는 등 경기남부지역 축산농가들이 확산방지를 위해 비상태세에 돌입했다.
김명호 (50) 안성육계지부장은 “지난해 안성에서 AI가 발생한데다 올해 기름값과 사료값이 오르고 소비마저 둔화돼 육계농가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평택까지 AI가 발생해 죽을 맛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평택시의 한 축산 담당자는 “AI 발생농가 500ｍ안에는 3개 농가의 7만5천마리, 3㎞이내에는 7개 농가의 26만2천500마리, 10㎞이내에는 31개농가 80만마리의 닭이 사육되고 있다”며 “현재 500m이내만 살처분을 하지만 16일에는 3㎞ 이내까지 살처분 해 피해를 최소화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