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동안 힘들게 농사져서 수확을 하고 있으나 쌀값은 하락하고 추곡수매 또한 장담할 수 없는 상태여서 막막할 따름입니다”

한해의 농사를 마무리하는 황금 들녁에서 흐뭇한 웃음소리 대신 들려오는 농민들의 한심섞인 절규의 목소리다.

18일 오전 10시 평택시 원평동 뜰.

벼를 베는 콤바인 소리는 힘차게 들렸으나 벼를 베는 촌로의 얼굴에는 한숨소리가 절러 베어있는듯 했다.

벼베기 현장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참과 막걸리 한잔을 권하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3만여평의 논농사를 짓고 있다는 신양섭씨(57·평택시 통복동)는 아침일찍부터 나와 아들 재민씨(26)와 콤바인으로 벼를 베고 있지만 1년 농사를 마무리하는 추수임에도 웃음은 간데없고 침울한 얼굴에는 근심만 가득했다.

신씨는 “정부의 추곡수매는 불투명한 가운데 쌀값은 계속 하락하고, 농사자금 대출과 할부로 구입한 농기계 값은 갚을 길이 없고…” 라며 걱정이 먼저 나왔다.

신씨가 농업자금으로 농협에서 대출한 금액은 2천만원 여기에 농약·비료대금과 할부로 구입한 이앙기, 트랙터, 콤바인 등의 농기계 값을 제하고 나면 인건비는 커녕 생산비 조차 건질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욱 막막한 것은 부인과 며느리 손자·손녀의 생계가 달린 농사이기에 밤낮없이 뜨거운 햇살과 쏟아지는 폭풍우도 아랑곳 하지않고 혼신을 다했건만 얻은 것은 흙색의 손톱과 검게 탄 얼굴, 그리고 가족들의 생계 걱정뿐이었다.

신씨는 누런 들녘을 바라보며 “자식같이 가꾸었건만..”하며 말을 잊지 못했다.

평택시 원평동 김모씨(43)는 “정부의 갑작스런 쌀정책 포기는 결국 농민들의 농사포기를 강요하는 것”이라며 “안정적인 쌀의 생산과 가격보장 등 근본적인 쌀 정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