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태풍으로 수확을 앞둔 배가 모두 떨어졌습니다. 이제 가족 모두가 길바닥에 나 앉아야 할 지경입니다.”

1일 오전 11시께 평택시 서탄면 수월암리 금석제씨(60)의 배과수원.

31일 전국을 강타한 태풍 ‘프라피룬’으로 먹음직스럽게 잘 익은 배가 과수원 여기저기에 수북히 쌓여있었다.

4천300평의 배과수원을 운영하는 금씨는 태풍에 떨어져 깨진 배를 보고 실의에 빠진듯 배나무 밑에 앉아 일어날 줄 몰랐다. 이웃들이 찾아와 금씨를 위로했지만 그들의 위로를 받을 의욕마저 잃어 버린듯 했다.

이번 태풍으로 금씨의 과수원에 있는 배의 60%이상이 떨어졌다. 수확 1주일전에 당도와 색도가 형성돼 상품이 되는 것이 배의 특성이기 때문에 낙과한 배는 모두 버려야만 한다. 특히 떨어진 배의 대부분이 출하를 앞둔 최상품들이어서 금씨는 이번 태풍으로예상했던 수입의 80%를 날려버려 내년 농사마저 짓게 될지 미지수다.

또 금씨가 재배한 배는 평택과수조합이 대미수출을 위해 특별 재배한 것인데다 이달말 선적을 앞두고 모두 낙과하는 피해를 입어 주위사람들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금씨가 올해 예상했던 수익은 7천만원 정도.

인건비와 비료값, 도지비 등으로 3천5백여만원을 지불해야 하지만 잘해야 2천만원 정도밖에 건질 수 없어 금씨는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빚더미에 앉게 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금씨는 “지난해에도 태풍으로 50%이상 낙과피해를 입었는데 올해는 그보다 더 많은 피해를 입었다”며 “두아이를 데리고 살아갈 길이 막막하다”면서 말을 잊지 못했다.

이같은 낙과피해는 금씨뿐만 아니다. 도내 최대의 배생산지인 평택과 안성의 과수농가 대부분이 2년 연속 태풍피해로 파산위기에 놓이게 됐다.

평택과수조합 이정복 전무는 “매년 태풍피해를 입고 있지만 방조망 시설비가 워낙 비싸 대부분의 농가가 낙과피해에 속수무책”이라며 “정부차원의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