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민원인이 낸 호소문에 동화…“사실 확인 없이 심사”

 “A 의원, 민원인에 대한 고소 취하 요구했다”…압력 의혹도

▲ 평택농악보존회가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국제아트페스티벌에서 공연 모습(2007년). 사진=평택저널자료    ⓒ평택저널

〔속보〕 (사)평택농악보존회(농악보존회)는 평택시의회가 2023년도 예산심사에서 전승지원금 등 8억원이 넘는 예산을 삭감(평택저널 12월 12일자)한 것은 특정 민원인의 일방적 주장에 대한 사실 규명 없이 심사한 잘못된 결정이라고 반박, 시의회 의장단 면담을 요구하고 나섰다.

여기에 특정하지는 않았으나 한 시의원의 경우 예산 심사를 앞두고 보존회와 민원인 간 진행 중인 소송과 관련 시 공무원을 통하는 등 직·간접적으로 “고소 취하 등을 요청해왔다”고 주장, 회유·압력행사 논란마저 제기됐다.

평택농악보존회는 5일 ‘평택시의회는 농악보존회 예산삭감 이유를 밝혀라’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에 따르면 시의회는 평택농악 2023년도 예산 8억580만원을 삭감했다.

농악보존회는 시의회가 예산을 삭감한 이유 중 하나로 “2021년 발생한 직장 내(농악보존회) 괴롭힘 사건과 관련한 내부갈등과 관련, 본 회 회원도 아니며 당해 사안에 직접적인 당사자도 아닌 B 씨가 농악보존회 내부적으로 많은 문제를 가진 것처럼 시의원들에게 배포한 호소문”을 들었다.

농악보존회는 “시의회와 평택시 (농악보존회) 담당 부서는 위 호소문과 관련해 농악보존회에 사실관계 규명을 위한 일체의 자료 요구도 없었다”고 밝혔다.

▲ 평택농악보존회 단원들이 호주 블루마운틴에서 공연하는 모습(2010년). 사진=평택저널 자료    ⓒ평택저널

이들은 또 “2023년도 예산심의 과정에선 농악보존회 문제와 관련된 사항이 제기되거나 논의된 사항이 없었음에도 전승지원금과 사업예산을 삭감했다”고 덧붙였다.

농악보존회는 “이는 예산심의의 공정성, 사업성과 예측, 시민에 대한 사회적 서비스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볼 수 없다”면서 “몇 몇 시의원이 민원인 B 씨의 민원에 동화되어 밀실 행정으로 예산을 심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는 시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평택시의 각종 사업에 대해 공정한 예산심의를 통해 올바른 행정을 구현할 수 있도록 하는 시의원에게 주어진 권한을 사적으로 이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예산심의의 기본을 망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시의회는 2023년도 예산심사에서 상임위인 복지환경위에서 “평택농악보존회 내부 갈등 문제”를 이유로 삭감한 평택농악 예산 8억580만원을 그대로 예결위와 본회의를 거쳐 의결했다.

농악보존회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A 시의원과 관련한 내용도 밝혔다. 보존회는 “(지난) 11월 8일과 같은 달 14일 A 시의원은 시 공무원을 통해 내부 갈등 가해자의 공개 사과, B 씨(피고소인)에 대한 고소 취하 등을 요구했다”면서 “(그러나) 본 단체는 절차상 불가하다고 전달했다”고 했다.

농악보존회는 “A 의원은 관련 공무원에게 보존회 내부 갈등 해결을 명목으로 몇 가지 사항을 요구한다며 전달 사항을 요청했다”면서 “이는 농악보존회가 납득할 수도 없고, 수용할 수도 없는 어려운 요구사항이 포함되어 있다”고 밝혔다.

A 의원이 요구한 사항은 민원인 B 씨(피고소인)에 대한 고소 취하를 전제조건으로 ▲간담회 개최를 통한 공개사과 ▲내부갈등 가해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중징계로 변경할 것 ▲정관 변경을 해서라도 외부인사를 포함한 인사위원회를 구성할 것 등으로 알려졌다.

보존회 관계자는 “요구사항을 전달 받은 다음 날(11월 15일) A 의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관계 공무원으로부터) 전달 받은 내용을 재확인하였고 위 내용이 사실임을 확인했다”면서 평택저널에 “A 의원이 누구인지는 밝힐 수는 없다”고 말했다.

시민 C씨(54·여)는 “평택시 출자·출연기관도 아닌, 독립된 예술단체에 대해 소송을 취하하라, 마라 하는 것은 시의원으로서 권한을 넘어서는 것은 물론 회유나 압력 행사로 비화될 수 있는 문제”라면서 “시의회 차원에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농악보존회 조한숙 회장은 “내부에서 발생한 직장 내 괴롭힘 사건과 관련, 우리 시의 유일한 국가무형문화재인 평택농악을 아끼고 사랑해 주시는 58만여 시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것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그는 또 “이 일로 인해 심적, 정신적 피해가 크셨을 피해자와 그 가족에 대해사도 보존회를 대표해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보존회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 사건을 지혜롭게 처리하지 못하고 피해자가 받았을 아픔을 고려하지 못한 점 또한 책임이 크다는 것을 통감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이번과 같은 일로 인해 신뢰를 상실하는 일이 없도록 하고, 변화와 혁신을 통해 시민에게 사랑받는 평택농악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보존회는 2022년 7월 20일 B 씨를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모욕죄 등으로 고소했다. 보존회는 “B 씨가 본인의 SNS 등에 평택농악보존회가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비방과 허위사실을 지속적으로 게시하고 유포하는 것을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고소 이유를 설명했다.

박명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