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택시의회 제238회 임시회 제2차 정례회 모습. 사진=평택저널   ⓒ평택저널

평택시의회(의장 유승영) 제238회 임시회가 8일 제2차 본회의를 끝으로 폐회했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조례안 14건 ▲민간위탁 동의안 5건 ▲2023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2023년도 기금운용계획 변경안 ▲우호교류합의 체결 동의안 2건 등을 심사·의결했다. <평택저널>은 4월 24일부터 5월 8일까지 15일 간 회기로 열린 평택시의회 제238회 임시회가 심사·의결한 주요 안건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평택시 행정 이 정도 밖에 안돼?

-오타·오류투성이 조례안 시의회에 제출했다 ‘망신’

-‘기업투자유치 촉진 조례안’ 상임위서 난타 ‘부결’

이번 임시회에서는 ‘평택시 기업투자유치 촉진 조례안’이 조례안 중에서는 유일하게 상임위인 기획행정위원회(위원장 정일구)에서 부결되었다. 부결된 조례안은 본회의에 부의하지 않았다.

평택시장이 제출한 기업투자유치 촉진 조례안은 국내외 첨단산업, 수소에너지, 자동차 클러스터, 반도체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해 ‘세계 반도체 수도 평택’에 적합한 우량기업 투자유치에 관한 사항을 규정,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전문 25조로 구성된 조례안은 곳곳에 오·탈자, 문구 중복 등으로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기획행정위원회에서 제안 설명을 한 정형민 미래도시전략국장 조차 첫 발언부터 “조례안 중 몇 가지 중복 및 오타사항이 있어 의원님께 양해를 부탁한다”고 했다. 안 제2조 5호 마와 제3조 1호와 4호가 중복된다며 4호를 삭제 요청하는 등 초유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최재영 의원이 조례안 심사와 관련 질의하고 있다. 사진=평택시의회 방송 캡처   ⓒ평택저널

먼저 최재영 의원(더불어민주당·나)은 안 제7초(위원의 해촉) 5항의 문제를 제기했다. ‘제7조 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함에도 회피하지 아니한 경우’라고 규정 했으나 정작 그에 해당하는 각 호가 때문이다. 최형윤 미래첨단산업과장은 “오타”라고 답했다.

최준구 의원(국민의힘·라선거구)은 필요한 조례라고 인정을 하면서도 조례안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최 의원은 먼저 “왜 의회가 동의를 해서 오타를 고쳐야 하며 조례안의 문맥이 맞지 않는 것에 동참을 해서 고쳐줘야 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준구 의원이 조례안 심사 관련 질의를 하고 있다. 사진=평택시의회 방송 캡처   ⓒ평택저널

최 의원은 단순 오·탈자, 문구 문제뿐 아니라 안 제19조(우수기업 선정 및 지원)를 들며 조례안이 자칫 특정 기업에 특혜를 줄 수 있다는 문제점을 꼬집었다.

최 의원은 “시책사업을 추진하는데 우수기업으로 선정되어 있으면 가산점을 줌으로 해서 그 기업에게 이 사업을 할 수 있게, 힘을 실어주는 조항”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정형민 국장은 답변에서 “그런 것은 아니다”면서 “시에서 정책을 할 때는 내부적으로 검토를 거치고, 기준을 정해서 한다”고 했다.

최 의원은 한발 더 나가 ‘우수기업 선정’과 관련 ‘그 밖에 지원이 필요하다고 위원회에서 인정하는 경우’라고 한 규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최 의원은 “위원회에서 인정되는 것은 충분히 지원될 수 있고, 충분히 혜택을 줄 수 있는 조항”이라고 말했다.

안 제5조(위원회 구성)는 총 15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하도록 했다. 최 의원은 “위원장은 부시장, 당연직으로 5명의 국장이 포함된다. 나머지 9명도 집행부와 가까운 교수나, 해당 업종에 있는 사람이 아니면 시의원 추천으로 위원회가 구성된다”면서 “이는 시의 뜻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조례안에서 문맥이 잘못된 부분도 짚었다. 제19조 3호는 ‘선정된 우수기업에 대해서는 3년 이내의 범위에서 다음 각 호의 지원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 의원은 “지원을 할 수 있다고 했으면 그 다음은 무슨 지원을 할 것인지, 지원의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지원을 할 수 있는 대상을 적었다”고 오류를 지적했다.

이 자리에서 최 의원은 조례에 대한 원론적인 발언으로 집행부에 일침을 가해 주목을 받았다. 최 의원은 "상식적인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을 예상해서 만드는 것이 조례다. 한정된 재원을 가지고 어디에, 어느 가치에, 어느 재원을 쓸 것인가를 정하는 것이 행정이고 정치다. 어디에 많은 것을 쓰고 싶은 것을, 욕심을 제어하고 싶은 것이 법이고 조례다. 조례가 만들어질 때는 그러한 것을 감안해서 만드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류정화 의원이 조례안 심사 관련 질의를 하고 있다. 사진=평택시의회 방송 캡처   ⓒ평택저널

류정화 의원(더불어민주당·바)은 조례안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류 의원은 “자료를 보면 타 지자체 사례를 전체적으로, 세부적으로 분석해 보면 양주시를 제외하면 타 지자체는 (관련 조례에 따라 투자 유치된 기업이) 거의 전무하거나 1~2건이다”고 했다.

또 “장문의 조례안을 볼 때마다 정리가 안 된다”면서 “(다른) 의원님들과 논의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일구 위원장이 조례안 심사 관련 질의를 하고 있다. 사진=평택시의회 방송 캡처   ⓒ평택저널

정일구 위원장(국민의힘·사)도 “평택시에 입주할 의향을 제시했는데 (지원 조례가 없어서) 입주를 하지 못한 경우가 있는가”하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기업은 미래가치를 보고 입주를 선정한다. (조례안이 정하고 있는 지원금이) 적은 것은 아니나 투자 규모가 큰 기업은 (지원금) 20억 때문에 일본으로 갈 기업이 한국으로 가는 위치선정의 의사결정을 바꾸는 계기가 되지는 않는다”고 했다.

결국 해당 조례안은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하고 부결되었다. 인터넷과 유튜브 방송으로 조례안 심사를 관심 있게 지켜본 시민들은 시 행정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법률 자문, 입법예고, 조례규칙심의위원회 심의 등 여러 단계를 거쳤음에도 시의회에 제출한 조례안이 허점투성이였기 때문이다.

시민 A 씨(55)는 “대도시 지정을 넘어 인구 100만 특례시를 말하는 평택시 행정이 이 정도 수준이었다는 사실이 놀랍다”면서 “시 행정 전반을 점검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박명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