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 본청 메인 자리 자수작품 ‘논란’

겉으론 평화·안보 표방해…그로테스크 

시 사업한 업체가 기증…'대가성' 의혹

국내 반입 시 관련법 이행 해명도 필요 

▲ 평택시가 본청 2층 로비에 건 북한공훈예술가 김영춘 자수 작품. 사진=평택저널   ⓒ평택저널

가로 4m 75㎝. 높이 1m 97㎝. 먼저 규모에서 압도한다. 복도 한 쪽 벽면을 다 차지할 정도다. 대작(大作)이다. 앞엔 포토존까지 마련해놨다. 평택시청 2층 로비에 걸린 자수 작품이다.

작품은 크게 3개 영역으로 분할돼 보인다. 세로로 흐르는 잔잔한 개울물(오른쪽)과 세찬 폭포수(왼쪽)가 자연스런 구획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깊은 산이 배경인 각각의 영역은 여러 종의 동물이 새겨져 있다. 폭포수가 흐르는 쪽은 호랑이, 곰, 원숭이가 있다. 폭포수로 거슬러 오르는 물고기를 잡은 곰이 생생하다. 멀리 산양과 나무 사이로 여우도 보인다.

▲ 물고기를 잡은 곰. 작품 부분. 사진=평택저널    ⓒ평택저널

작품 중앙은 초식동물로 가득하다. 토끼, 노루, 사슴, 양이 한가롭게 풀을 뜯거나 쉬거나 물을 마시고 있다. 개울이 있는 오른쪽도 중앙과 별 차이가 없다.

다람쥐, 노루, 사슴이 먹이를 먹거나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물가엔 수달도 있다. 자수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작품은 디테일이 살아있다.

작품은 전체적으로 평화롭다. 육식동물인 곰의 먹이활동마저도 폭력적이거나 잔인해보이지 않는다. 동물을 주인공으로 배치한 영향이 크다. 덧붙여 작품에 친근감이 느껴진다면 이유는 따로 있다. 동물이 가족단위로 모여 있다는 사실이다. 호랑이, 곰, 원숭이, 사슴, 다람쥐…. 여지없다. 감히 누구도 어쩌지 못하는, 가히 신성가족이라 부를 만하다.

▲ 자수작품 부분. 사진=평택저널   ⓒ평택저널

그러나 거기까지다. 작품은 육식동물과 초식동물이 함께 어우러지는 이상 세계로 나가진 못하고 있다. ‘암소와 곰이 함께 먹으며 그것들의 새끼가 함께 엎드리며 사자가 소처럼 풀을 먹을 것이며.’ 성경에서 그리고 있는 이상 세계다.

가족끼리. 에둘러 왔지만 작품의 주제다. 이를 ‘우리 민족끼리’로 바꿔 읽으면 논리의 비약일까. ‘북한공훈예술가’ ‘김영춘’, 시가 소개한 작가다. ‘북한에서는 김일성과 그의 권력을 승계한 김정일의 교시, 그리고 당의 문예정책을 충실히 따른 내용의 창작활동이 가장 두드러진 예술인에게 국가적 최고의 국기 훈장 제1급인 인민예술가 칭호와 그 다음 급수인 공훈예술가 칭호를 부여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KBS 통일방송 북한백과 내용이다. 이래도 논리의 비약이라고 할 텐가. 문예사조나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조금이라도 알았더라면, 그래도 북한공훈예술가 작품을 걸었을까.

▲ 자수작품 부분. 사진=평택저널   ⓒ평택저널

평택시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미 동맹 상징도시’라고 말한다. 말에서 끝나지 않는다. 미8군 사령관, 연합사 부사령관, 유엔사 부사령관 등을 초청하는 ‘한미우호 신년하례회’, 3억여 원을 들여 개최하는 ‘국제 평화·안보 포럼’ 등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2023년은 ‘한미동맹 70주년’이 되는 해다. 평택은 주한미군이 집결해 있는 도시다. 북한의 핵 위협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핵추진 탄도유도탄 핵잠수함, 캔터키함의 부산 입항은 남·북 간 대결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데 부족함이 없다. 평택시가 자랑삼아 수년 간 시청 메인 공간에 걸어놓고 있는 북한공훈예술가 작품이 그로테스크하게 보이는 이유다. 시는 무슨 생각으로 작품을 걸었을까. 시민은 그런 평택시를, 작품을, 어떤 생각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여기서 안치환의 노래 ‘아이러니’가 떠오르는 건 무슨 이유일까.

▲ 자수작품 앞에 마련된 포토존. 사진=평택저널   ⓒ평택저널

평택시청에 수년 간 걸려 있는 북한공훈예술가 작품은 부적절 논란과 함께 국내 반입의 적법성, 대가성 의혹도 해명이 필요한 문제를 안고 있다. 평택저널 취재 결과 해당 자수 작품은 A 업체 관계자가 외국에서 구입해 한국에 들여왔다.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은 북한 물품을 반입할 때 거래 형태, 대금 결제 방법 등에 대해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자수 작품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반입된 것인지 확인이 필요한 대목이다. 만수대 창작사 작품의 경우 UN 안보리 제재를 받기도 한다.

다음은 대가성 여부다. A 업체는 평택시 대중교통과 관련 공사를 했다고 한다. 시 관계자는 “A업체가 공사를 마치고 감사의 표시로 시에 작품을 기증했다”고 했다. 대가성 여부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다. 평택시가 명쾌한 답변을 내놔야 한다.

박명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