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위서 격론 끝 부결 예산…예결위서 부활 ‘논란’

“사업 타당성은 뒷전·민원의식…선심성 심사” 지적

▲ 운영 2년 여 만에 중단된 평택에코센터 미디어파사드 전경. 사진=평택저널   ⓒ평택저널

가동 2년여 만에 운영이 중단돼 예산낭비 지적과 함께 시민단체의 감사 실시·책임자 문책 주장(평택저널 8월1·9일자 보도)이 제기된 평택에코센터 미디어파사드 설치 사업이 평택시의회 예산심사에서 상임위에선 ‘부결’됐으나 예결위에서 ‘부활’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시 집행부의 무리한 사업 추진에 이어 시의회 견제기능마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1일 평택시의회에 따르면 시의회는 제8대 의회이던 2019년 9월 제209회 임시회에서 제2회 평택시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사했다.

9월4일 열린 산업건설위원회 제2차 회의에서는 정회와 속개를 반복하며 자정을 넘기는 격론 끝에 사업의 효율성문제 등을 이유로 미디어파사드 관련 예산 39억3천800만원을 삭감했다. 상임위 예산심사에는 김승겸 위원장, 김동숙, 김승남, 이관우, 이병배, 이종한, 이해금 위원이 출석했다. 미디어파사드 사업의 부적절성 지적에 가장 앞장선 의원은 김승남 의원이었다.

▲ 2019년 제208회 임시회에서 미디어파사드 관련 예산 심사에서 당시 김승남 의원이 발언한 평택시의회 속기록 일부. 사진=평택저널   ⓒ평택저널

하지만 다음 날 열린 예산결산특별회원회 심사는 달랐다. 산건위 위원을 중심으로 사업의 부당성에 대한 적극적인 의견 개진에도 불구하고 미디어파사드 예산이 되살아났다. 사업장인 평택에코센터가 소재한 고덕면이 지역구이던 유승영 위원(현 시의회 의장)이 예산 부활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속기록을 보면 유승영 위원은 “이게 무슨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라 잘못되면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는 거거든요. ‘다 막아버려, 우린 몰라.’ 이렇게 하면 대책이 있어요? 쓰레기 처리 비용 추경으로 올라온 것만 해도 몇 십 억 원이에요. 몇 개월 치가 몇 십 억 원이라고요. 막아버리면 어떻게 할 거예요?”라고 했다.

그는 또 “생각을 해 보세요. 제가 만약 주민의 입장이라도 이걸 생각을 해보시라고요. 이거. 이거, 다 해주겠다고 약속해 놓고서 안 된대. 그러면 주민들이 쓰레기 들어오는 것 가만히 놔두겠습니까?” 라고 했다.

▲ 2019년 제208회 임시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으로 출석한 유승영 위원(현 시의회 의장)의 미디어파사드 관련 발언 속기록 일부. 사진=평택저널   ⓒ평택저널

▲미디어파사드는 에코센터 주변 주민들의 요구사항이다 ▲사전에 시 집행부와 주민 간 사업이행을 약속했다 ▲예산이 반영되지 않을 경우 쓰레기 반입 저지에 나서면 속수무책이다. 예산을 세워줘야 한다는 논리다.

이에 민원에만 관심을 쏟는 선심성 심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A 전 시의원은 “효율성이나 효과, 사업의 타당성 검토는 뒷전이고 민원을 우려해서 시 집행부가 주민들에게 약속했다는 이유만으로 예산을 세워줘야 한다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주민들이 직접 그런 말을 한 것을 전달한 것인지, 아니면 의원이 추측해서 한 것인지 모르지만 ‘다 막아 버려, 우린 몰라’, ‘대책 있어요?’ 라는 말은 자칫 압박이나 협박으로 들릴 만큼 상당히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꼬집었다.

예결위에서 되살아난 평택에코센터 미디어파사드 예산은 2019년 9월9일 제208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그대로 통과되었다. 결과론적이지만 시의회가 집행부의 무리한 미디어파사드 사업 추진에 대한 견제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 아니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유승영 의장은 “현재의 결과만 놓고 보면 당시 예산을 부결한 산업건설위원회의 판단이 옳았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당시에는 그 누구도 미래에 발생할 결과에 대해서 미리 알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한편, 높이 80m 높이의 평택에코센터 굴뚝을 활용한 시정 홍보 등을 목적으로 한 미디어파사드는 2019년 12월23일 준공돼 시험 가동을 거쳐 2020년 7월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그러나 2022년 4월께 운영이 중단, 현재까지 멈춰있다. 강한 바람에 의한 LED 파손으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이유에서다. 수십억원이 투입된 에코센터 미디어파사드는 수리하기도 쉽지 않고, 설령 수리를 한다고 하더라도 보장기간을 확정할 수 없어 시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박명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