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 평생학습센터 주최 ‘2024년 지역명사 특강

▲ 우대식 시인이 평생학습센터 북부 대강당에서 강의하고 있다. 사진=평택저널 ⓒ평택저널

중견시인으로 대학에서 시 창작을 가르치고 있는 우대식 시인이 평택시 평생학습센터가 마련한 특강에서 자신의 시 세계와 평택지역 대표 문인인 고 박석수 시인의 삶과 문학세계를 강의해 호응을 얻었다.

평택시 평생학습센터(센터장 정영순)는 7월 4일 오후 7시부터 8시 30분까지 평생학습센터 북부 대강당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2024년 평택시민행복 명사특강-지역명사 아카데미 제1강’을 개최했다.

이날 명사 특강에서 우대식 시인은 자신의 시와 삶을 소개하는 1부 ‘시인의 삶’, 고 박석수 문인의 문학세계를 설명하는 2부 ‘시로 읽는 평택’을 강의했다.

우대식 시인은 자신의 문단 데뷔 작품인 ‘오리(五里)’를 낭송하는 것으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시를 쓰는 이유로 ‘결핍’을 들었다. 그는 “중학교에 다닐 때,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작품 ‘오리(五里)’에는 채울 수 없는(결핍) 어머니에 대한 사무친 그리움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그는 오리(五里)를 “끝없이 다가가야 하는, 내 마음의 거리”라고 했다.

문학평론가 나민애는 절창인 ‘오리(五里)’를 “아름다워서 슬픈 시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오리만 가면 꿈에 나올 듯한 장소가 있다. 거기서 더 오리만 가면, 더 오리만 가면 봄이 있다…반달 같은 무덤…다시 오리를 간다. 마지막으로 만날 사람이 있다. 봄보다 더 반가운 어머니가 거기서 기다리고 있다…좋은데 참 슬프다. 슬픈데 참 아름답다.”고 말했다.

오리만 더 걸으면 복사꽃 필 것 같은

좁다란 오솔길이 있고,

한 오리만 더 가면 술누룩 박꽃처럼 피던

향이 박힌 성황당나무 등걸이 보인다

그곳에서 다시 오리,

봄이 거기 서 있을 것이다

오리만 가면 반달처럼 다사로운

무덤이 하나 있고 햇살에 겨운 종다리도

두메 위에 앉았고

오리만 가면

오리만 더 가면

어머니, 찔레꽃처럼 하얗게 서 계실 것이다

-‘오리(五里)’ 전문

강원도 원주가 고향인 그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와 남동생, 결혼하기 전까지 그렇게 남자 셋이 오랫동안 살았다. 이후 서울 거여동으로 이사를 했고, 대학에 가기 전 1년 동안 관세청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우대식 시인은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아버지의 쌀’로 각인하고 있다.

아버지가 쌀을 씻는다

쌀 속에 검은 쌀벌레 바구미가 떴다

어미 잃은 것들은 저렇게 죽음에 가깝다

맑은 물에 몇 번이고 씻다보면 쌀뜨물도 맑아진다

석유곤로 위에서 냄비가 부르르부르르 떨고 나면

흰 쌀밥이 된다

꾹꾹 눌러 도시락을 싼다

빛나는 밥 알갱이를 보며 나는 몇 번이나 눈물을 흘렸다

죽어도 잊지는 않으리

털이 숭숭 난 그 손으로 씻던

그.

하.

얀.

쌀

-‘아버지의 쌀’ 전문

우대식 시인은 여행을 많이 다녔다. 채울 수 없는 결핍과 허무 때문이다. “허무가 어린 시절 내 삶에 배어있었어요. 마음을 편하게 둘 곳이 없었던 것이지요.” 시 ‘야크의 꿈’은 그의 “떠돎과 방황, 집으로 가고자 하는 욕망”이 담겼다.

우 시인은 “인간과 신을 생각하고, 우리는 행복하지 않아도 살아가야 하는, 또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물을 수 밖에 없는 존재”라면서 “내 시는 이런 과정에서 나온 산물”이라고 했다.

2부 ‘시로 읽는 평택’은 평택을 대표하는 고 박석수 문인에 대한 강의로 이어졌다. 우 시인은 현재 ‘박석수기념사업회’ 회장으로 박석수 전문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박석수기념사업회 회장에 재임하는 동안 ‘박석수 시비’ 건립, ‘박석수문학 전집’ 발간, ‘박석수 문화제’ 개최 등 박석수 문인과 그의 작품을 알리는데 앞장서고 있다.

고 박석수 문인은 고 1949년 송탄면 지산리에서 태어나 1971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시 ‘술래의 노래’가 당선돼 문단에 데뷔했다. 1981년 『월간문학』 신인상에 소설 ‘신라의 달밤’이 당선돼 소설가로 재 등단하는 등 시와 소설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술래의 노래』, 『放火』, 『쑥고개』 등 3권의 시집과 『철조망 속 휘파람』, 『우렁이와 거머리』, 『로보의 달』 상·하, 『차표 한 장』 등의 소설집을 남기고 1996년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났다.

우대식 시인은 강의에서 “박석수 시인은 우리가 사는 이곳, 미군기지가 있는 평택(대한민국)은 우리에게 과연 무엇인가를 작품으로 먼저 물어본 사람”이라면서 “그의 작품은 미군기지가 평택으로 이전, 확장이 완료된 지금 그 가치가 더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명사 특강을 주최한 평택시 평생학습센터 정영순 센터장은 “이번 특강은 평택지역사회에서 활동하는 명사를 초청해 마련된 것으로 의미가 남다르다”면서 “특강을 통해 평택지역을 더 잘 알고, 평택을 더 많이 사랑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우대식 시인은 《현대시학》으로 등단 한 시인이자 문학박사로 숭실대 문학창작과에서 시창작을 지도하고 있다. 시집으로 『늙은 의자에 앉아 바다를 보다』, 『단검』, 『설산 국경』, 『베두인의 물방울』 등이 있다. 저서로는 『시에 죽고, 시에 살다』, 『죽은 시인들의 사회』, 『요절 시선』, 평론집으로 『시를 만나다-〈시인의 말을 통해 본 시인론〉』 등이 있다.

박명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