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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평택시 우호교류 이래선 안 된다   

‘인도주의’란 말 함부로 쓰지 마라

인도적 지원이라고 했다. 평택시가 우호교류도시 협약도 하지 않은 ‘우즈베키스탄 시르다리야주 초등학교에 물품 지원 사업’ 추진 이유다. 사업은 컴퓨터 77대 7천700만원, 프린터기 11대 770만원. 여기에 대행 인건비와 수수료 등 경비 1천530만원을 더해 총 사업비는 1억원이다. 예산은 오는 9월 3회 추경에 편성한다고 한다. 모두 지난 7일 평택시가 시의원 간담회에서 보고한 내용이다(평택저널 7월 7일자 보도).

시르다리야주 물품 지원 사업에 몇 가지 문제를 지적하고자 한다. 먼저, 인도적 지원이란 말을 호도(糊塗)했다는 것이다. 사업의 본질을 흐렸다는 뜻이다. 이는 외교부 주유엔 대한민국 대표부 자료를 보면 명확해진다. 해당 자료는 인도적 지원을 ‘자연재해, 분쟁, 질병 등으로 위기에 처한 사람들의 생명과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활동’이라고 규정했다. 평택시 물품 지원 사업은 자연재해, 분쟁, 질병에 따른 위기 상황 어느 것과도 상관이 없다. 인도적 지원은 구실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궁색한 변명으로 비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과시적·우월적·선심 우호교류 안 된다

다음은 물품 지원 요청 주체 문제다. 평택시 설명으로는 주한 우즈베키스탄 대사관이다. “주한 우즈베키스탄 대사관으로부터 시르다리야주에 교육용품, 자재, 물품 지원 요청을 받았다”고 했다. 여기서 한 가지 짚어야 할 점이 있다. 말의 전후만 보면 지원 요청 주체는 주한 우즈베키스탄 대사라는 사실이다. 분명 시르다리야주가 아니다. 물론 시르다리야주가 주한 우즈베키스탄 대사에게 요청하고, 그가 다시 이를 평택시에 전달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그랬다면 시르다리야주가 요청했다고 했을 것이다. 중간에 끼어든 것처럼 보이는 주한 우즈베키스탄 대사라고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굳이 우리가 물품 지원 요청 주체를 따지는 이유는 분명하다. 평택시가 우월적, 과시적, 오만함으로 요청도 하지 않은 시르다리야주에 선심 쓰듯 지원하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 때문이다. 무엇보다 시르다리야주는 아직 우호교류 합의도 체결하지 않은 도시 아닌가.

우호교류 도시 선정…관련 조례 절차 따라야

우호교류도시 선정 절차도 석연치 않다. 평택시청 안에선 한 가지 소문이 돌고 있다. 시르다리야주와 우호교류 추진은 특정 인사 때문이란 거다. 우즈베키스탄과 친분이 있는 개인적 성향의 특정인이 평택시정에 관여하고 있고, 그에 의해 좌지우지되었다는 말이다. 사실이 아니길 바라지만 개연성이 크다. 사실이라면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다. 정책 결정자든 그를 움직인 특정인에 의해서든 개인의 관심사와 친분이 정책으로, 우호교류로 둔갑한 것이기 때문이다.

평택시와 국내외 자치단체 간 자매결연 등 교류협력 업무를 규정한 것이 있다. ‘평택시 국내외 자치단체간 교류협력에 관한 조례’다. 허술하기 짝이 없지만 교류에 앞선 사전검토 조항(제5조)은 눈여겨 볼만하다. ▲면적, 인구 및 행정, 재정수준 등 지역여건의 유사성 ▲산업, 지역특성의 공통점 및 상호보완성 ▲상호대등한 입장에서의 협력 및 우호증진 가능성 ▲교류를 통한 실익의 기대성 등이다. 여기에 결연과 교류의 적절성을 보다 정확하게 검토하기 위해 주민, 의회, 학계, 사회단체 등을 상호교류 초청해 대상지역의 여건을 비교할 수 있도록 한 ‘사전교류’(제6조) 장치도 관심사다. 그러나 시르다리야주와 우호교류 추진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평택시의회는 지난 4월 열린 제238회 임시회에서 집행부가 제출한 ‘평택시와 우즈베키스탄 시르다리야주 간의 우호교류합의 체결 동의안’을 원안 가결했다. 동의안 심사 때 집행부 설명에서 사전검토와 사전교류 등은 일언반구도 없었다. 의회도 마찬가지다. 우호교류 추진의 적절성 등을 따지듯 질의하는 의원은 없었다.

평택시 우호교류 개선하라

평택시 우호교류는 개선되어야 한다. 관련 조례에 의무규정으로 한 ‘사전검토’를 철저하게 지켜야 한다. 임의 규정인 ‘사전교류’는 의무규정으로 강화가 필요하다. 몽골 토브아이막 도립도서관 리모델링 사업비 지원 시비에 이어 지속되고 있는 시르다리야주 물품 지원 논란을 막기 위해서다. 우호교류 조례 개정도 필요하다. 물품지원 등은 우호교류(재매결연) 협약 도시에 한하고, 그것도 일정 기간 교류가 이뤄진 뒤 여건이 성숙되었을 때 해야 한다. 지금처럼 담당공무원과 시민이 해석을 달리할 수 있는 애매한 조항은 명확하게 고쳐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 시르다리야주가 있는 우즈베키스탄은 긴급을 요하는 자연재해 지역도, 분쟁지역도, 질병이 발생한 지역도 아니다. 물품지원이 급하지 않다는 뜻이다. 인도적 지원이라는 평택시 설명은 정확히 말하면 시민을 기만하는 행위다. 원점에서 관련조례 제5조에서 규정한 대로 면밀한 검토와 사전교류가 필요하다. 우호교류 협약은 이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 물품 지원은 차후 문제다.